일상영성과 집,거주
아파트와 공동체 정신의 실종
푸른메아리1
2010. 2. 17. 20:23
"... 입주자들의 민원은 '공동주택'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이기적이 되어가는 현실입니다. 요즘은 아파트에도 공공의 개념이 도입되어 담장을 없앤다든지, 단지의 일부를 외부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게 조성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준공을 받고 입주한 이후에 발생합니다. 왜 우리 집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게 하느냐며 없던 담장을 쳐달라고 하고, 옆 동네 주민들이 단지를 가로질러 가면 지하철이나 버스와 가깝기 때문에 사업승인조건으로 만들어 놓은 길을 준공 후에는 막아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아예 공사 예산을 잡아놓기도 합니다. 심지어 아이들 노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그네의 안장을 직접 철거해버리는 입주자도 보았습니다. '그럼 단독주택 짓고 살지 왜 아파트에 사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2005년에 이미 서울시 인구의 52.7%가 아파트에 삽니다. 그러나 아직 공동주택에 살면서 필요한 공동체 정신은 아파트 인구수에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 정재혁, "브랜드는 아파트 회사가 아니라 사는 사람이 만들어야지요", 아름다운 마을 제16호, 2009.12, 13면
아파트의 법적 개념은 일종의 '공동주택'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공동공간을 공유하면서 사는 만큼 공동체적 협력이 이뤄지기 보다는 이기심과 개인주의가 더욱 조장되는 구조가 아파트라는 공간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살다 보니 나 하나쯤이야 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부분도 있고, 또한 철저히 구획화된 공간에 폐쇄적으로 사는 구조여서 더욱 개인주의가 조장되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 글에서는 최근에 아파트의 브랜드가 중요해지고 그 아파트의 브랜드가 곧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연결된다고 믿게 된 사람들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침해당하지 않기 위해 극히 이기적 행태를 보이는 부분을 잘 지적해 주고 있습니다.
아파트라는 일상적 삶의 공간이 인간의 죄성(자기중심적 행태)을 어떻게 조장하는 구조인지, 인간의 비뚤어진 자기 정체성 추구가 아파트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깨어 있는 모습으로 잘 인식하고 살아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