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성과 일

직장에서의 미션얼 라이프와 인내

푸른메아리1 2013. 6. 17. 22:49
#직업과 소명, 그리고 미션얼 라이프(Life as Mission)_ 

<직장에서의 미션얼 라이프와 인내>

지난 4월 거제 함께하는 교회 황석용 목사님의 초청으로 "직업과 소명"이라는 강의를 하고 난 이후 한 학기 내내 나의 주된 관심은 일터의 영성이었다. 직업과 소명, 일터에서의 영성, 일터에서 보냄받는 삶을 사는 것, 일터에서의 미션얼 리더십 등등에 대하여 읽고 생각하고 나누고 있다. 이번 동서울 IVF 학사회 "일상축제" 세미나 이후 이런 생각들을 좀 더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직장생활과 영성에 대한 각론을 생각나는데로, 거의 아이디어 수준으로 옮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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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사람들은 이내 어려움을 호소하곤 한다. 인간관계나 직장 문화 등에 의한 어려움도 있지만 업무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다고 한다. 다름 아니라 업무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일을 배우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실수가 잦고 가르치는 선배들에게 이로 인해 지적을 당하거나 심하면 인격적인 모독을 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나의 소명으로 여기며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신입사원 시기나 해당 직업에 처음 종사하기 시작한 때에는 하나같이 마음만큼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업무능력이 향상되지 않는 자신에게 실망하기 쉽다. 그래서 입사 1-2년 사이에 전직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직장생활 안에서 미션얼 라이프를 살고자 마음먹은 사람일수록 이런 실망감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입사 초기나 새로운 일을 처음 시작하고 최소 2-5년 정도는 그러한 실망스러운 상황이 매우 자연스러울 수 있으며, 누구가 이 시기를 거쳐서 숙련된 업무능력을 보이고 탁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별히 이 시기에는 '인내'의 영성이 필요하다.
폴 스티븐스는 일터에서의 인내를 "의미와 희망을 갖고 당신의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라고 정의한다.1) 일을 배우고 직장의 전반적인 문화를 익히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해 나가는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하며 의미와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는 일이 필요하다. 일터의 성격마다 다르겠지만 빠르면 1년, 최소한 2년 이상은 해당 되는 직업과 직장의 업무를 파악하고 동료들과의 업무 분장을 명확히 이해하며 직장의 가치와 문화를 익히는데 온전히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다. 이 시기에 소위 드러나 보이고 의미도 있어 보이는 일이 아니라 허드렛일을 하거나, 반복적인 업무에 주로 종사하게 될 수 있다. 이 시기에 포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할 수도 있지만 일단 최소한 1년 이상은 인내하며 차근차근 배워갈 필요도 있다. 인내로 직장에서 버티는 일이 이 시기에는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시기에 소명으로 직장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거룩한 상상력을 잃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 그저 소림사 입문생으로서 일년내내 물만 길러 나르고 정작 무술은 더디 배우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지금 주어진 일을 인내로 해내야 한다. 보냄받은 일터에서 보다 사명에 합당하게 살 수 있는 모습은 어떤 것이고, 이 직장은 어떤 곳이어야 할지를 그리며 일해야 한다.그리고 잘 배워야 한다. 바로 이러한 인내의 삶이 보냄받은 삶, 소명의 삶, 미션얼 라이프이다. 

미주
1) 폴 스티븐스/앨빈 웅, 일삶구원, IVP, 2011, 15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