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영성, 보냄 받은 공동체 이야기

#직업과 소명, 그리고 미션얼 라이프(Life as Mission)_

일상사역자, 일을 말하다 2.

<재미있는 일과 하기 싫은 일>

일터에서의 삶을 소명으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성령충만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늘 열정이 넘치고 활력이 넘치는 고양된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하는 것은 대개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하는 일 중에서는 하기 싫고 귀찮은 일도 분명히 있다.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내 경우에 강의와 강의 준비는 재미 있는 활동에 속한다. 물론 가르칠 내용이 흥미있고 재미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반면에 학생들을 평가하고 성적 처리를 하는 일은 귀찮고 재미 없고 하기 싫은 일이다. 일터에는 분명 우리를 힘겹게 하는 일의 유형이 있다.

이런 일들 중에서 동료들과 나누어서 하거나 업무 분장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재미없는 일들, 하기 싫은 일들이 바로 나의 업무 중 일부이기 때문에 위임이나 분담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일을 감당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보냄받은 일터는 분명 귀찮거나 하기 싫은 일이 비전과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귀찮지만 중요한 일들이 있을 수 있다. 하기 싫은 허드렛일들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하는 바로 그 일을 할 때보다 귀찮고 하기 싫은 바로 그 일을 하는 태도 가운데 영성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최근 몇 년간 일터에서 하고 있는 훈련이 있다. 하기 싫고 귀찮은 일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이를 회피하지 않고 우선순위를 두고 먼저 행하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학교행정에 관한 일과 모임 일정을 잡고 연락하는 일이 그러하다. 사람들을 챙기고 연락하는 일이 참 어려웠던 나는 이런 훈련을 통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일터에서 하기 싫은 일은 동료에게 미루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동료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먼저 낮아지고 섬기신 예수의 본을 따라 행하기가 쉽지 않다. 귀찮은 허드렛일을 늘 솔선하는 이들을 보면 부끄러워진다. 그런 섬김이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참된 영성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붙은 습관으로 드러나고 진정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보냄받은 일터, 소명의 장에서 성령충만하게 사는 일은 환희와 기쁨을 주는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고, 하기 싫고 귀찮은 일을 하면서도 이 일조차 사역으로 여기며 행하는 것이다. 분명 피곤한 일이고, 때론 지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보스가 말씀하신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Posted by 푸른메아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