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1391 _
#일상과문화 / 일상영성과 사물 묵상
* 부산극동방송에서 매주 금요일 아침 7시-7시5분간 방송되는 <일상과 문화> 코너. 그 방송 원고를 나눕니다.
<안경과 일상생활의 영성>
정한신(일상생활사역연구소 기획연구위원)
1. 어떤 색안경을 끼고 사는가?
인류의 발명품 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안경입니다. 안경은 약해진 시력을 보완하여 사물을 명확하게 보게 해 주는 도구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생활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품입니다. 물론 햇빛을 가려주기 위하여 쓰는 썬글라스나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안경은 시력 보완의 기능과는 거리가 먼 안경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안경의 본질적 기능은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처럼 안경이 우리의 시각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눈이 나쁜 사람일수록 안경에 의지하게 되고 제대로 된 안경을 쓰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느냐가 좌우됩니다. 또한 요즘에는 색깔이 들어가 있는 안경들을 패션 아이템으로 많이 착용하는데, 어떤 색깔의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우리가 보는 사물도 그 색깔로 보게 됩니다.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말도 바로 이런 의미에서 쓰이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안경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의미로 은유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했을 때에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나 사람을 일정한 고정된 관점, 즉 편견을 가지고 본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살면서 어떤 안경을 끼고 사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안경’을 생각해 보면 쉽게 우리의 ‘관점’과 관련하여 생각이 이어집니다. 안경을 매일 착용하는 일상적인 행위를 하면서 한번쯤 나의 관점, 나의 시각은 어떠한가 돌아보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나는 어떤 ‘색안경’을 쓰고 살아가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어떤 사람이나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 대하여 부당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당한 편견은 사람이나 현상에 대하여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사람들에 대하여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이웃 사랑의 첫 단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께서 하셨듯이 어떤 사회적 편견이나 종교적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기보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한 인간으로 사람을 대하는 훈련을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적으로 편견을 조장하는 표현들이나 분위기(예컨대 ‘종북’이니 ‘빨갱이’이니 하는 원색적인 표현 등)에 동조하지 않는 것도 가장 기본적인 태도일 것입니다.
2. ‘보는 것’을 넘어서서 ‘정확하게 보는 것’을 추구하는 삶
두 번째로 안경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세계관’이라는 본질적인 시각의 문제입니다. 제대로 된 안경을 쓰지 못하면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현상을 보고 수많은 사실들을 만나며 선택하고 결정하고 입장을 정합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보는 행위’를 반복하는 일상을 삽니다. 하지만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제대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물과 사건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눈이 바로 분별력이요 지혜입니다. 성경에는 이러한 분별력을 구하며 지혜로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개별적인 사건들과 사물들을 바라보고 정확히 분별하는 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생과 인간과 세계에 대하여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세계관’입니다. 사실 개별적인 사건들에 대한 분별력도 ‘세계관’에서 나옵니다. 세계관은 세계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전체적이고 일관성 있는 관점입니다. 성도들은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세계관을 믿습니다. 창조-타락-구속-회복에 이르는 이 세계관에 따라 세상을 바라봅니다. 어떤 세계관을 갖는가에 따라 인간과 역사에 대한 이해는 완전히 달라지는 것입니다. 성경적 세계관이라는 안경을 제대로 갖춰서 착용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정확히 볼 수 있습니다.
3. 안경은 제2의 눈
눈이 나빠서 안경을 쓰던 사람이 안경을 잃어버리거나 해서 안경을 쓸 수 없으면 제대로 생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안경을 잃어버렸을 때에야 비로소 안경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일상 속에서 안경은 마치 몸의 일부처럼 인식되지 않지만 안경을 쓰고 있기에 우리는 일상을 제대로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관이란 그런 것입니다. 평소에는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바로 그 관점이 우리의 일상적 행위를 결정하고 규정합니다. 안경을 잃어버린 사람은 눈을 뜨고 있으나 볼 수 없어 사물을 더듬거립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안경에 온갖 이물질이 끼여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경은 제2의 눈이어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관점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매일 매일 돌아보고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안경을 쓰고 있는지, 그 안경을 잘 닦고 관리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보는 것이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줍니다. 일례로 우리가 보는 드라마와 광고는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란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과연 그러한지 제대로, 정확히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말씀을 통하여, 공동체와의 사귐을 통하여 온전한 세계관을 형성해 가는 일이 우리에게는 이토록 중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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