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도 _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드리는 기도
십자가의 주님, 십자가에서 고통당하시고 피 흘리신 주님,
당신의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교회 첨탑 위에서 빛나는 무수한 십자가, 병원의 수많은 푸른 십자가,
그리고 온갖 십자가의 형상이 넘쳐나는 우리네 일상이지만
그 수많은 십자가에서
당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살아온 일상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이제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되어 버린 십자가는
그저 우리 삶의 장식이 되고 종교적 상징이 되었습니다.
십자가를 잊고 살던 우리네 마음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고개를 들어 십자가를 다시 바라봅니다.
주님, 당신이 십자가상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흠 없고 죄 없으신 당신의 순종이 우리 죄를 씻어 주셨습니다.
아버지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막힌 담을 헐어 주시고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를 수 있는 기쁨을 회복해 주셨습니다.
단절되고 어그러진 반목과 갈등의 관계들을 회복해 주시고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게 해주셨으며
참된 평화와 평강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어둠의 정사와 권세를 물리치시고
당신이 참된 왕으로 다스리시는 하나님 나라를 열어 주셨습니다.
십자가의 터 위에 교회를 세우시고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나누고 누리게 하여 주셨습니다.
당신의 십자가로 용서받은 우리가 비로소 용서의 기쁨을 알게 하사
용서하는 자가 되게 하셨고,
배제에서 용납함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셨습니다.
어두운 눈을 열어 치료해 주시고,
일상을 하나님 나라의 신비로 볼 수 있게 하여 주시고,
하나님 나라를 일구는 현장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십자가의 주님, 부활하시고 다시 오시는 주님,
우리의 일상 속에서 수많은 십자가를 만날 때마다
당신이 우리에게 행하신 일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십자가를 달고 있는 교회가 그 십자가에 합당한 존재로
이 땅에 존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십자가를 지신 당신을 따르는 성도들이 되게 하여 주소서.
참으로 피하고 싶은 말씀이지만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는
그 말씀을 따라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먼저 나를 내려놓고 먼저 용서하고 용서를 구하며
먼저 사랑하고 먼저 낮아지고 먼저 감싸 안고 먼저 고난 받는 자리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소서.
약하고 패배한 것처럼 보이던 십자가가
세상의 부정의와 권력을 깨뜨린 것처럼
우리가 십자가 사랑을 온전히 따를 때
두려움을 걷고 어둠과 싸워 가는 용기도 허락해 주소서.
십자가 앞에서, 그러나 너무나도 일상적인 삶 속에서 기도합니다.
기도하면서도 우리 자신의 연약함을 알기에,
모든 것을 덮어 버리는 일상의 장막 안에 살고 있음을 알기에
다시 당신의 도우심을 구할 뿐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십자가로 구속하여 주소서.
우리의 일과 우리 삶을 십자가로 구원하여 주소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 고난을 온전히 받으시고 십자가를 지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정한신, <일상기도 : 첫 번째 기도>, 죠이북스, 2019, 24-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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