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영성, 보냄 받은 공동체 이야기

#일상기도 _ 비탄의 바다를 바라보며 드리는 기도

“깊은 어두움 속에서 십자가를 지신 주님, 긴 탄식 속에서 숨을 거두시고, 죽음의 심연 속에서 마침내 부활하신 주님, 비탄의 하늘을 보면서, 비탄의 바다를 생각하면서 기도를 드립니다. 눈부신 4월이지만 여전히 차가운 비바람이 오가고 꽃길로 아름다운 산하에는 눈물처럼 잦은 비가 내립니다. 

주님, 비탄한 마음으로 가슴 한켠에 묵직한 돌 하나를 안고 일상을 살아갑니다. 여전히 일터로 향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소소한 일상의 시간을 보내는 저희이지만 비탄한 심정으로 자주 마음을 추스려야 합니다. 여전히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며 때론 소소한 기쁨에 웃고 일상의 근심 속에 마음을 빼앗기다가도 어느덧 비탄의 지점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주님, 차가운 바다 속에서 이 사회의 온갖 모순들에 의해 숨이 멎은 이들을 생각하고, 여전히 그 바다 속에서 행방을 알 수 없는 이들을 기억하며 비탄한 마음입니다. 주님, 이들을 사랑하며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가족들의 눈물과 아픔을 생각하면 탄식이 나옵니다. 부활하신 당신이 주시는 소망 속에서도 여전히 이 세상은 죽음과 어둠이 마지막 광기를 부리며 우리네 목숨을, 이웃의 소망을 끊어버리고 있기에 통분한 마음입니다. 

주님, 책임 있는 이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애써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외면하며 진실을 회피하고 시간을 끌고 있는 모습에 비탄한 마음입니다. 주님, 거짓이 판을 치고 무관심과 철저한 외면이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을 두번 죽이고 있습니다. 고통받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몰이해와 언어 폭력이 그나마 버티고 있는 이들을 수십번 수백번 넘어뜨립니다. 망각의 거대한 힘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경제 논리가 우리를 잠식하려 하고 있습니다.

주님, 이 모든 상황 속에서 비탄한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봅니다. 비탄한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갑니다. 주님, 비탄한 심정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비탄한 마음과 통분의 심정으로 오히려 기억하고 반성하고 싸워가기를 원합니다. 하나님 나라, 부활의 삶과 그 소망을 무색하게 하는 죽음의 세력, 어둠의 일들에 대하여 참으로 비탄한 마음으로 살아내기를 원합니다. 그저 탄식하고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일, 이웃의 아픔에 대하여 손을 내미는 일뿐만 아니라 비탄의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뼈저린 가르침들을 기억하며 손발로 살아내기를 원합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신 주님, 다시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나라를 누리며 또한 치열하게 살아냅니다. 당신이 이미 시작하신 회복에 감사하며 당신이 마침내 이루실 회복의 날을 기다립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Posted by 푸른메아리1